어느 날 아침, 조깅을 하던 길에 문득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길가에 활짝 피어 있던 해바라기였습니다. 햇빛을 가득 머금고 밝고 강한 태양을 향해서 고개를 활짝 들어 올린 해바라기, 그 모습만으로도 하루의 시작을 힘차게 밝혀주는 듯했습니다.
한국어 이름 그대로 “해를 바라보는 꽃”이라는 의미를 가진 해바라기. 이 순수한 이름 속에는 단순히 태양을 바라본다는 의미를 넘어, 왠지 닿을 수 없는 누군가를 애틋하게 기다리는 듯한 감성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해바라기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포근해짐과 동시에 왠지모를 아련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꽃을 이탈리아어로는 뭐라고 부를까요?
바로 girasole(지라솔레)입니다.
Girasole, 해를 따라 도는 꽃
이탈리아어 단어 girasole는 두 개의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합성어입니다.
- gira → 동사 girare에서 나온 말로, “돌다, 회전하다, 방향을 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 sole → 태양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단어입니다.
두 단어가 만나 만들어진 girasole.
직역하자면 “태양을 따라 도는 것”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이 얼마나 해바라기를 잘 표현한 이름일까요?
해바라기가 해를 따라 고개를 돌리는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이름, girasole. 단어만 들어도 이탈리아의 눈부신 여름 햇살과 해바라기밭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합니다.
언어 속에 담긴 자연의 시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서, 한 민족의 삶과 감성을 담아내는 그릇이기도 합니다. 한국어의 해바라기와 이탈리아어의 girasole. 두 단어 모두 같은 꽃을 가리키지만, 그 안에 담긴 뉘앙스는 조금씩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개인적 생각입니다)
- 한국어 “해바라기” : ‘해’를 향해 한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순정과 기다림의 마음
- 이탈리아어 “girasole” : ‘해’를 따라 움직이며 강렬한 태양빛과 그 모든 변화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는 생동감과 역동성
같은 꽃이지만, 그 꽃을 표현한 언어에 따라 전혀 다른 시선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탈리아에서 만난 girasole
여름철 이탈리아 농촌을 달리다 보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펼쳐진 노란 해바라기밭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장관을 바라보며 “girasole”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그 말 속에 담긴 생명력과 활기가 더욱 실감납니다.
저 역시 조깅을 하다 만난 작은 해바라기 한 송이 앞에서, girasole라는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그 순간, 단순한 꽃 한 송이가 아니라 언어와 문화가 함께 주는 선물을 받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언어와 풍경이 함께 주는 선물
오늘은 이탈리아어 단어 girasole를 통해 해바라기를 새롭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같은 꽃을 보면서도, 한국어와 이탈리아어가 전해주는 감성은 다른 것 같습니다. 문화가 다르고 먹거리가 다르고 사는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차이겠지요. 하지만 그 차이가 오히려 더 풍성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음에도 또 다른 아름다운 이탈리아어 단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조금은 느리게, 그러나 깊이 있게. 마치 태양을 따라 도는 girasole처럼 말이지요.
Ciao…
Ci vediamo dop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