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김치찌개! 이게 뭐냐구요?
이탈리아에 살면서 맛있는 음식들 많이 먹는 즐거움이 있지만, 한국 사람이기 때문에 꼭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대표적으로 김치찌개가 있습니다.
딱 비 오는 날, 또는 파스타가 질릴 때쯤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그 시큼하고 얼큰한 국물…
물론 김치찌개를 맛있게 하는 한인식당들이 있지만 매번 가서 사 먹기는 부담스럽고, 또 밀라노 시내까지 가기 귀찮을 때 방법이 없을까??
방법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재료로 김치찌개를 끓일 수 있습니다.
바로 크라우티(Crauti), 이탈리아어로는 주까또(Zucatto / ‘주카토’라고 보통 쓰지만 제대로 발음하려면 [z주까또]입니다)를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완전히 똑같진 않지만 놀라울 정도로 똑같은(?) 맛이 납니다. (먼소리)
저도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만 듣고 처음 끓여봤을 때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이탈리아 김치찌개 재료 Zuccato가 뭔가요?
크라우티는 독일어로 사우어크라우트(Sauerkraut)라고도 부르는 발효 양배추입니다.
독일에서 소시지 먹을 때 옆에 끼워 나오는 그 시큼한 양배추 절임이죠.
이탈리아에서는 알프스 북부 지역 음식 문화와 잘 맞아서 마트 통조림 코너에 가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밀라노 에쎌룽가 기준으로 385g 한 캔에 1.49유로~2.15유로 수준입니다.
부담 없는 가격이죠.
밀라노에서 김치는 엄청 비싸거든요.
흰 캔 vs 노란 캔 | 어떤 걸 사야 할까요?
슈퍼 진열대에 가면 같은 ZUCATTO 브랜드인데 캔 색깔이 두 가지입니다. 헷갈리실 수 있으니 정리해 드립니다.
| 구분 | 흰 캔 | 노란 캔 |
|---|---|---|
| 이름 | Crauti al naturale | Crauti cotti e conditi |
| 내용 | 자연 발효, 양념 없음 | 올리브오일로 조리·양념됨 |
| 용량 | 385g / 1.49€ | 425g / 2.15€ |
| 특징 | 국물 요리에 적합 | 그냥 데워 먹기 좋음 |
| 추천 용도 | 김치찌개용 ✅ | 소시지 사이드 디쉬용 |
TIP : 김치찌개 끓일 때는 반드시 흰 캔(al naturale) 을 사세요. 노란 캔은 이미 올리브오일과 향신료로 조리된 것이라 찌개 국물에 섞이면 맛이 이상해집니다. 흰 캔은 발효 양배추 그 자체라서 김치처럼 활용하기에 딱입니다.

이탈리아 Zucatto 김치찌개 레시피
실제로 제가 끓여 보았고 즐겨먹는 레시피입니다.
재료 (2~3인분)
∙ 크라우티 흰 캔 1개 (385g)
∙ 돼지고기 또는 스팸(Spam) / 소시지 적당량 (돼지고기는 목살 Coppa를 구입하세요)
∙ 돼지고기 대신에 참치를 넣어도 맛있습니다.
∙ 대파 또는 양파 1/2개
∙ 고추가루 1 스푼 / 또는 페페로치노(Peperoncino) 또는 고추 기호껏
∙ 간장 또는 소금 (간 맞추기용)
∙ 치킨 파우더 또는 다시다 한 꼬집 (감칠맛 핵심!)
∙ 만약, 멸치액젓이 있으면 감칠맛을 올리는데 아주 좋습니다.
∙ 물 400~500ml
끓이는 방법
1. 냄비에 기름을 두르고 고기(Coppa/돼지고기 목살)를 먼저 볶습니다.
스팸이면 한 입 크기로 썰어 살짝 볶아주세요. 이 과정에서 기름이 배어 나와 국물 베이스가 됩니다.
2. 크라우티를 캔에서 꺼내 물기를 살짝 빼고 냄비에 넣습니다.
김치 넣듯이 그냥 투하하시면 됩니다. 볶아도 좋고, 바로 물 붓고 넣어도 됩니다.
3. 물 400~500ml를 붓고 고춧가루 1 스푼을 넣고 끓입니다.
크라우티 자체에 짠맛과 신맛이 있으니 물 양을 너무 적게 넣지 마세요.
고춧가루가 없어도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색깔만 다를 뿐, 백김치로 김치찌개를 끓인 것과 같으니까요.
4. 대파·양파·페페로치노를 넣습니다.
페페로치노는 이탈리아 모든 슈퍼에서 1유로대에 살 수 있어요. 매운맛이 고추가루 없는 아쉬움을 꽤 채워줍니다.
5. 간장 또는 소금으로 간하고, 치킨 파우더를 한 꼬집 넣습니다.
이 치킨 파우더 한 꼬집이 국물 깊이를 확 끌어올려 줍니다. 다시다나 미원이 있으면 더 좋습니다. 중간 불에 10~15분 뭉근하게 끓이면 완성입니다.
6. 이제 적당량을 예쁜 그릇에 담아 의심없이 맛있게 드시면 됩니다.
김치찌개는 하루 지나서 다시 한 번 끓이면 더 맛있는 것 아시죠??
실제로 먹어보니까요
솔직히 처음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반신반의했습니다.
크라우티가 아무리 발효 양배추라도 김치찌개가 되겠어 싶었거든요.
그런데 끓이는 순간부터 냄새가 묘하게 비슷합니다. 발효된 채소의 새콤한 향이 고기 기름과 만나면서 올라오는 그 냄새가… 뭔가 매우 익숙했습니다.
그러다가 국물 한 숟갈 떠먹었을 때 “어, 이거 김치찌개잖아?” 하는 느낌이 딱 옵니다.
만약 고추가루가 없다면 붉은 국물은 아닙니다. 뽀얀 국물에 약간 새콤하고 짭조름한 맛이죠.
대신 페페로치노로 매운맛을 살리면 나름 얼큰함도 있습니다.
밥 한 그릇 뚝딱하게 되는 건 진짜입니다.
지인 덕분에 이탈리아에서 살면서 가장 즐겨 먹게 된 메뉴가 되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크라우티가 너무 시큼한데 괜찮나요?
A. 원래 발효 식품이라 시큼한 맛이 있습니다. 물에 잠깐 헹구면 신맛이 줄어들지만, 김치찌개의 신맛과 비슷한 역할을 해주니 그냥 넣는 걸 추천합니다.
Q. 두부도 넣을 수 있나요?
A. 됩니다! 이탈리아 슈퍼에서 두부 구하기 어렵지만, 아시아 마트에서 사뒀다면 마지막에 넣어 살짝 끓이면 완벽해집니다.
Q. 고추가루가 꼭 필요한가요?
A. 없어도 됩니다. 페페로치노로 충분히 매운맛을 낼 수 있습니다. 한인 마트에 한국 고추가루가 있다면 한 큰술 추가하면 훨씬 찐 김치찌개 맛이 나죠.
Q. 어느 슈퍼에서 살 수 있나요?
A. Esselunga, Coop, Eurospin, Iper 등 이탈리아 주요 슈퍼마켓 통조림 코너 어디서든 찾을 수 있습니다. Zuccato 브랜드가 가장 흔하게 보입니다. 매장 직원에게 사진 보여주면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이탈리아에 살면서 한국 음식이 그리울 때
꼭 한인 마트까지 가지 않아도 됩니다. 동네 슈퍼 통조림 코너에서 흰 캔 하나 집어 들고 집으로 오세요.
오늘 저녁 메뉴 해결됩니다.
큰 냄비나 들통이 있으면 대량으로 끓인 후에 냉동용 용기에 소분하여 담아서 보관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겠지요.
오늘 저녁에 바로 끓여보세요.
